


비효율의 숙달화--
며칠전 우리 조직에서 '로봇 day'를 했다. 조직의 업무를 '소프트웨어 로봇화'하여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사례들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20여개의 사례들이 발표되었다. 말도 안되었던 소위 '닭질/삽질(단순작업)'들이 작게는 20-30프로에서 크게는 80-90프로가 개선되고 조기출근, 야간근무가 줄고 직원들의 업무의 질이 높아졌다(물론 아직은 일부이다;;).
마무리에 나는 이런 말을 했다.
1. 일터에서 벌어지는 최악의 상황 중 하나는 '비효율의 숙달화'입니다. 엄청나게 비효율적인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나름 요령이 생기고 숙달이 되는겁니다. 그러면, 자신이 일하는 방식이 엄청나게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립니다. 그러면서 자신은 하루 고생하며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합니다.
2. 예전에, 한 재무회계 조직에서 복잡한 업무를 엑셀의 여러 다양한 기능을 조합해서 업무를 하였습니다. 엄청 복잡해서 새로운 직원이 이를 숙달하는데 까지는 몇개월이 걸렸습니다. 근무기간이 길수록 잘 썼습니다. 어느날 한 sw개발자가 그걸보고 훨씬 쉽고 간단하게 처리할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만들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 부서 고참들은 새로운 시스템 만들기를 거부했습니다. 이미 과거 시스템에 숙달되었고 그걸 자유롭게 쓰는것이 그들의 구력이요 능력이라 여겼기 때문이죠.
3. 흥미롭게도 수많은 조직들이 말도 안되게 노동집약적이고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소위 '닭질'을 변화시키지 않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숙달되었기' 때문입니다.
4. 500개 시스템에 유사한 명령어를 치는 운영자가 있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하나하나 치다가 그 다음에는 복사와 붙여넣기로 했죠.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시간이 걸렸죠. 그래도 숙달되니 나름 적응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소프트웨어 로봇화하면 그걸 아예 안할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왜입니까? 첫째는 숙달되었고 둘째는 그 일을 안하면 자신이 할일이 없어진다는 생각이 든거죠.
5. 신입사원으로 들어왔을때는 말도 안되는 비효율이 눈에 보였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게 되고 대리나 과장 쯤되면 매우 자연스러워집니다. 왜인가요? 비효율이 숙달되었거든요. 그리고 숙달되면 자기가 신입사원보다 잘 하게 되고 이미 기득권이 된겁니다. 그러니 그 비효율적인 시스템은 고쳐지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러니 원대한 뜻을 품고 입사한 유능한 젊은 직원들이 단순노동에 치이면서 부품화됩니다.
6. 이러하니 'Transformation' 이 잘 안됩니다. Change와 Transformation의 차이는 전자는 현상태를 조금 낫게하는것인 반면, 후자는 완전 새로운 변환입니다. 전자는 더 좋은 마차를 만드는것이지만 후자는 자동차를 만드는것이죠. 전자는 더큰 애벌레가 되는것이지만 후자는 나비가 되는것이죠.
7. 그러나 우리는 현재일이 큰 문제 없다고 여기고 그 일에 바빠서 Transformation을 하려하지 않습니다. 숙달되서 조금 나아지지만 여전히 바쁘고 '닭질'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8. 이렇게 하게 하는것은 사실 여러분이 아닌 저 같은 리더의 책임입니다. 리더들이 Transformation을 실험할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그것을 인정해주면 다들 새로운 차원의 고민을 합니다. 그러나 리더들이 그것에 관심없고 현재일만 챙긴다면 여러분들이 Transformation을 시도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당장 바쁜데 그것까지 고민할 이유가 없고, 해도 인정 못받고, 해봤자 남는 시간에 다른 일만 더 줄 것이고, 오히려 지금까지 익숙해져서 나름 쌓아왓던것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더 나은것은, transformation이 리더의 일시적 의지나 구성원만의 일시적 열정으로가 아니라 회사의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되는 것일 겁니다.
9. 항상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우리는 '비효율을 숙달해서 혁신의 필요성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고객과 외부자가 볼때는 말도 안되는 비효율을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것은 아닌가?' '우리는 나비가 아닌 더 나은 애벌레가 되려 하는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