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프&인사이트/Layer1 관찰&수집

물경력과 커리어스탬프

무말랭이 2022. 3. 21. 19:57

커리어 관련 커뮤니티를 보다가 .. 회사에서 마케터를 1명만 채용할 수 있는 상황인데 ‘제네럴리스트를 지향하는 분이나 / 이것저것 하다보니 물경력이 됐고 그 길로 계속 가겠다고 하는 사람’을 모시려면 JD를 어떻게 써야하냐? 하는 질문을 보고 좀 충격을 받았다. 왜냐면 그게 바로 나..★이기 때문임.

나는 내 커리어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적 명확하게 알고 있다. 광고 바닥부터 짚어 개헤엄으로 그로스 매니저가 된 나는 어쩌면 그로스 매니저라는 애매모호한 직업이 없었으면, 프로덕 초기에서 제한된 리소스로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이 세상의 수많은 스타트업이 없었으면, 지금쯤 이런 밥벌이 말고 무슨 밥벌이 하고 살았을까 싶긴 하다. (십년 전에는 내 직업이 존재조차 하지 않았음이 새삼 놀랍군)내 커리어를 좋아하는 회사는 특성이 명확히 정해져있다. 비교적 나를 덜 선호하는 회사에겐 내 경력이 물경력으로 보일 수 있음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를 만나고 선택한다는 건 마치 연애와도 같은 일. 내가 만인의 연인이 될 필요가 없다. 서로에게 꼭 필요한 단 한명의 존재만 만나면 대강 짧게는 몇개월, 길게는 몇년의 행복은 보장된다. 저 사람이 나를 원하지 않는것은 마음아픈 일이지만 (상대가 매력적인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고 내가 영 그렇게 별볼일 없는 사람은 아니듯. 이래 저래 외모나 성격이나 능력이나 대충 조합해보면 나를 대단히 원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듯, 커리어에서 회사를 만나는 일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매력적인 사람이 굳이 그 매력을 숨길 필욘 없지만, 그 매력이 나에게 없다고 울 필욘 없으니까.. 연차 불문 사람들이 커리어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건 물경력인 것 같다. 본인이 가진 정말 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소위 핫하거나 섹시한 커리어 스탬프가 없으면 본인의 경력은 물경력이고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속상해 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다. 아마도 우린 이제 커리어 대 자랑의 시대에 살고 있고, 셀프 브랜딩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는 마치 틀린그림 찾기를 하듯 나의 ‘틀린그림’에 체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돈도 중요하고, 명예도 중요하고, 뭐 다 중요한데, 난 나도 그렇고 내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그냥 행복하게 오래 일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돈이랑 명예가 필요하다면 충분히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 뱉는 말과 하는 행동이 행복하게, 오래 일하는데 반하는 것이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이건 내가 대단히 다른 사람들을 위하는 이타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나는 오래 일할거니까, 이 업계와 시장에 있는 동료들이 아주 오랜 뒤에도 나의 현업 동료로 남았으면 좋겠기 때문이다. 혼자는 외로워. (물론 화끈한 파이어를 하겠다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겠다만)

나라고 맨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고, 그냥 너무 빠르게 이 시장에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고 포기하고 망가지고 그러는걸 보니 이런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요즘은. 여튼 행복하게 일합시다. 이 세상 모든 전우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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