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구하기 힘들다는 얘긴 이제 뉴스도 아니지만, 요즘은 몸값이 비싼 게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없다고 난리다. 탑티어 기업은 애초에 어느정도 경력이 쌓인 개발자만 구해왔는데, 돈을 더줘도 이런 사람을 찾기 힘들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개발자는 몇몇 회사의 눈높이에 맞는 사람을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대략 13만명인데, 이 중 대략 10%, 1만3000여명 정도? 더 넓게 연봉 5000만원 이상인 약 20%(프로그래머스 조사) 정도.
'비싸다'와 '없다'는 다르다. 돈을 더 줘도 데려올 사람이 없단 건데, 서로 빼오는 게 아직 큰 문제가 되지 않는 한국 시장에선 의아한 부분. 네이버가 카카오 사람 데려가고, 배민이 카카오 사람을 스카웃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여기서 한가지 가설은 지난해 폭발한 스톡옵션 부여가 일종의 매물 잠김 현상을 만든 게 아니냐는 것.
구글 트렌드를 보면 지난해 3월 '스톡옵션' 검색량이 폭발, 당시 네카라쿠배 등 대기업이 스톡옵션을 살포하면서 기사가 쏟아졌기 때문. 스톡은 보통 2월 주총서 결의하고 3월 보고서에 기록하기 때문에 이때 기사가 몰린다.
스톡옵션은 락업 효과를 위해 약 3년의 베스팅 기간을 둔다. 재작년 펜데믹 덕에 호황을 맞은 IT 업계에 개발자 수요가 폭증 했고, 이때 스톡을 뿌리면서 2021년 탑티어 개발자 상당수가 잠김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일이 2017년에 부동산 시장서 있었다. 정부가 엄청난 세제 혜택을 약속하며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했고, 그 다음해 임대사업자는 사상 최다로 늘었다. 뒤에 무르긴 했지만, 8년 의무임대(=락업) 조건 때문에 매물이 마르는 효과를 냈음.
문제는 서울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역량 있는 개발자는 로드타임이 긴 재화. 최소 5년 정도 경력이라고 봐도 학부 4년+업력 5년, 총 9년 걸린다. 거의 파일럿 한 명 길러내는 수준.
요즘은 이 허들이 3년, 2년으로 내려가다 아예 창사 이래 처음 신입 경력자슬 뽑는 경우도 종종 등장. 강남이 치솟자 마용성에 이어 노도강 금관구 찍고 양주 파주까지 수요가 몰리던 게 떠오르는 모습.
요즘 호황인 개발자 양성 학원은 3기 신도시랑 비슷한데, 일단 대규모로 모아서 찍어내는 방식. 그런데 3기 신도시와 마찬가지로 수요를 일부 충족시키겠지만, 서울 아파트(=고급 개발자)를 원하는 수요와 닿아있진 않다. 결국 13만명 중 서울에 사는 6만여명을 재개발 하려는 수요가 더 늘어날 수 밖에.
또 하나 신나는 건 채용 중개 회사. 원티드는 일종의 복덕방인 셈. 코딩 학원은 건설사, 채용 중개 회사는 부동산 중개업소. 2021년에 스톡을 뿌린 대기업은 입도선매에 성공한 스마트 머니.
매물 잠김으로 시작한 단기 급등은 패닉 바잉을 낳는데, 요즘 소셜미디어엔 온통 스톡옵션 준다는 얘기가 넘친다. 추격 매수가 붙기 시작한 것. 스톡옵션이란 게 가공 자본이라 막 지르는 경향도 있다. 상장하면 잘된거고 못하면 그만.
이 관점으로 보면 단기적으로 변수는 주식시장일 수 있다.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해서 스톡 행사가보다 주가가 떨어지면(ex. 크래프톤) 락업 효과가 사라지고, 개발자는 시장에 나온다. 또 IPO 시장이 얼어 붙어도 마찬가지.
이러다 '개발자 몸값 확실히 잡겠습니다'하고 집권해서 '수요 억제책'으로 고급 개발자 다수 보유 IT 기업에 중과세 때리는 정권 나오는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