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크립토(분류포기)

회의론자와 비저너리

무말랭이 2022. 4. 19. 08:47

개인적으로 이런 내러티브를 쌓는 플레이어를 싫어한다. 크립토가 갑자기 이번 불장에서 노답이 되었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2017-2018년도 불장엔 그럼 지금과 다르게 모든 사람이 탈 중앙성과 자기 소유권과 재산권 같은 가치들을 따랐냐고 한다면 안드레도 거기에 답할 수 없을껄? 그 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즈아만 외치고 있었으니까.

2017-2018 불장과 지금 불장의 명확한 차이점이라면, 늘어난 안드레의 잔고일테다. 당시에 다 망해가는 팬텀 먹방코인 CTO로 들어왔던 안드레와, 와이언파이낸스를 시작으로 디파이의 트렌드세터가 되어버린 지금의 안드레는 당연히 다르다. 이제는 평생을 먹고 놀아도 될 정도로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있다. 아쉬울 게 없지 않은가? 더 이상 팬텀 토큰 홀더들의 징징거림을 받아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스토리지 코인의 파운더인 James Prestwich가 메인넷 때 나에게 해준 말이 생각난다.

"크립토의 문제점이 뭔지 알아? 빌어먹을 파운더들이 메인넷을 런칭할 때쯤 되면 모두 백만장자가 된다는 거야. 본격적으로 뭘 하기도 전에 경제적 자유를 얻어버리면 뭘 더 하겠어?"

안드레는 그정도까진 아니지만, 비슷한 맥락이라고 본다. 크립토 시장은 4년간 바뀌지 않았다. 바뀐 것은 안드레의 잔고와 위상 뿐이다. 그리고 이 씬을 나가기 위한 윤리적 엑싯 리퀴디티를 이 글로 부트스트랩핑 한 것 뿐이다. 끝까지 안드레는 리퀴디티 부트스랩핑을 한 것이다.

그래서 비탈릭이 정말 대단한 인물이라고 다시금 느낀다. 이더리움 2.0 쉬핑이 늦어질 때마다 온갖 조롱과 멸시를 받지만, 트위터에서 오히려 자기에 대한 베스트 조롱이 뭐냐고 물어보는등 즐기는 경지에 도달한 것을 보면, 대단한 사람인 것은 맞는듯.

2017-2018에도 이 시장엔 크립토 에토스를 가진 사람들 보다, 돈에 미쳐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럼에도 이 시장이 더 성숙해지고 더 많은 유동성을 끌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소수의 개발자와 사람들이 끊임없이 에토스를 외쳤기 때문이다. 돈에 미쳐있던 사람들이 큰 손실을 보고 나락을 가고 있을 쯔음, 블록체인 시장 어딘가에선 조용히 DeFi를 외치고 있었던 소수의 누군가 덕분에 시장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갔다

보통 부정적인 시선이 긍정적인 시선보다 더 주목받기 쉽지만, 우리는 안드레처럼 윤리적 엑싯 리퀴디티를 만들고 이러저러 핑계를 대며 도망가는 사람보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묵묵하게 자기의 신념을 이루기 위해 전진하는 이들에 주목해야한다.

결국 시장의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언제나 회의론자가 아니라 비저너리이기 때문에.

https://andrecronje.medium.com/the-rise-and-fall-of-crypto-culture-3d0e6fd3e0e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