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ineering(SoC Design)/기타

반도체공학과

무말랭이 2022. 6. 12. 20:20

미국이나 유럽에서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해야 한다면서 반도체공학과 잔뜩 신설하라고 하나?

미국이나 유럽에서 자동차 분야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고 자동차공학과 따로 신설하라고 독려하는 걸 봤나?

우리나라에서 30년 전부터 자동차공학과를 여러 대학에 만들었다. 종합대학에도, 전문대학에도. 그 인력들은 다 자동차 생산 기업에 흡수가 되었나? 자동차 기업에 들어가지 못한 졸업자들은 어디에 가서 일할까? 기계공학과,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과 졸업자들만큼 여러 방면으로 진출할 수 있을까?

하긴 박근혜 정부 때부터 인공지능 전문 인력도 필요하다면서 인공지능학과도 많이 만들라고 난리였지.

다 바보 짓이다.

생각해 보자. 전 세계적으로 학부 졸업하고 다른 전공으로 바꿔서 대학원 나오고 나서 공과대학 교수가 된 사람들은 대개 뭘 전공했을까? 결국 넓게 배우는 학부에서 공부한 물리학, 기계공학, 전자공학과 출신들이다.

반도체공학과가 도대체 왜 필요할까? 미국이나 우리나라, 일본, 대만에서 여태 수 십 년 동안 반도체공학과 전공자들 없이 어떻게 반도체 기업을 일구었지? 당연히 물리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화학공학 등을 공부한 사람들이 입사해서 일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한 수 위에 있기 때문에 수학 전공자들도 기업에 많다. 우리나라보다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뜻이다. 하긴, 미국에선 응용수학 전공자들이 이제 할리우드에서 시각효과를 내기 위한 패키지를 만들어내는 기업에서 일할 정도이니 말하면 입 아프다.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본 거대한 파도는 그냥 그림이 아니라 유체역학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를 그대로 적용한 예다. 헐리우드 영화 속에 나오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붙은 화염의 일렁임도 사실은 실사 촬영이 아니라 이렇게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서 만든 게 많다.

우리나라에서 명문대 재료공학과나 전자공학과에서도 물리학과 수준의 양자역학을 가르치지 못한다.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된 분들이 한두 분 계시지만 요즘 학생들의 학부 물리학 수준이 너무 낮아서 가르치려고 해도 아마 이해를 못 할 것이다. 우리 시절에도 그냥 현대물리학 책으로 가르치는 교수님들이 많았다. 전자공학과에서 열역학을 가르치는 경우도 드물다. 서강대 물리학과에 계시던 이신두 교수님께서 서울대 전기공학부로 옮기셨을 때나 좀 Kittel 수준의 열역학을 배웠지 그 전에는 잘 가르칠 만한 분이 안 계셨다.

삼성에서 컴퓨터 칩을 만들었는데 제대로 열을 빼지 못해서 욕을 먹었던 게 불과 몇 년 전 얘기다. 그 이유가 뭘까?  설계 팀에 열역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물리학 박사들을 제일 많이 뽑는데도 다 어디로 보냈는지 주요 프로젝트를 하는 데 물리학 전공자들이 별로 없다. 반도체 설계에 직접 도움이 안 되는 논문 연구하는 팀에만 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핵심은 명문대 공대 출신들조차 양자역학과 열역학, 고체물리학을 심도 깊게 배우지 못한 채로 기업에 입사해서 일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세계 1위를 하는 게 딱 메모리 분야 하나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그룹에서 바이오 분야도 신약 연구가 아니라 그냥 위탁 받아서 대량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차린 이유가 뭘까? 1위하는 게 머리 아프기 때문이다. 그냥 밤새워서 열심히 일하면 되는 분야에서 돈 많이 벌면 된다는 생각만 가졌으니.

기초가 튼튼해야 세계 1위를 유지하지.
ASML처럼 학부 졸업하고 노광장비 유지, 보수만 하는 기술자로 일해도 평시에는 최신 논문 읽고 토의하게 시키는 기업만 따라올 자가 없는 최고의 기업이 되는 것이다. 우리 학과 졸업생이 ASML 신입사원으로 들어갔더니 공대 출신인 선배들이 "물리학과 졸업했으니까 이것 좀 설명해 봐."라고 하더라는데.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니 경험이 많고 지금까지 읽은 논문이 그리 많은데도 자신의 이해도가 낮다는 것을 아는 거지.

상황이 이러니 반도체공학과 많이 만들어서 현재 성균관대에 있는 계약학과처럼 시키는 게 잘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무척 회의적일 수 밖에 업다. 반도체 설계와 공정 실습을 학부 시절에 직접 해 본다는 것은 좋은데 그냥 전자공학과 학생들처럼 회로, 제어, 통신, 프로그래밍 등을 폭넓게 배우진 못하잖아.

차라리 내가 삼성이나 SK하이닉스 고위직 임원이라면 다른 반도체 분야 중견 기업 등과 돈을 모아서 서울대 반도체 공동 연구소 급의 시설을 전국에 여러 개 더 짓겠다. 지금 반도체 좀 공부하겠다는 학생들이 실습 몇 주 하려고 자기 돈 수십 만원 내고 방학 때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에서 일하는데 연구소 입장에서 무척 버거울 것이다. 아마 서울, 경기에 있는 학생들을 감당하기도 힘들겠지.

차라리 시설도 여러 개 지어 주고 전국에 있는 자연대, 공대 학생들 중에서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학생들이 공정 실습을 받을 수 있게 실습비도 일부 지원하는 게 낫다.

인공지능학과, 자동차공학과도 마찬가지다. 전국에 많이 만들어서 뭘 하겠다는 건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그런 건 대학원 레벨에서 공부하면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학부 시절엔 넓게 배우는 게 훨씬 좋다. 그래야 응용하고 융합할 역량도 크는 것이고. 되도록 여러 분야 전공자들을 뽑아서 기업에서 키울 생각을 해야지. heterogeneous한 것이 homogeneous한 것보다 훨씬 폭발적인 결과물을 내놓는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직원들이 학부 다닐 때 뭘 전공했나 설문조사한 결과는 없나? 대한민국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에게 좀 보여 주면 좋으련만.

---

반도체 산업관련 신랄하지만, 짚고 넘어갈 문제
이하 본문 발췌.

01) 삼성에서 컴퓨터 칩을 만들었는데 제대로 열을 빼지 못해서 욕을 먹었던 게 불과 몇 년 전 얘기다. 그 이유가 뭘까?  설계 팀에 열역학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물리학 박사들을 제일 많이 뽑는데도 다 어디로 보냈는지 주요 프로젝트를 하는 데 물리학 전공자들이 별로 없다. 반도체 설계에 직접 도움이 안 되는 논문 연구하는 팀에만 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핵심은 명문대 공대 출신들조차 양자역학과 열역학, 고체물리학을 심도 깊게 배우지 못한 채로 기업에 입사해서 일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세계 1위를 하는 게 딱 메모리 분야 하나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그룹에서 바이오 분야도 신약 연구가 아니라 그냥 위탁 받아서 대량 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차린 이유가 뭘까? 1위하는 게 머리 아프기 때문이다. 그냥 밤새워서 열심히 일하면 되는 분야에서 돈 많이 벌면 된다는 생각만 가졌으니.

02) 지금 말하는 게 반도체공학과 맞아? 그건 실리콘공학과지.
실리콘이랑 갈륨아세나이드, 갈륨나이트라이드 말고도 얼마나 많은 종류의 반도체들이 발견되었고 한참 연구를 하고 있는데. 2050년 이후에도 계속 실리콘으로 전자회로 만들지 누가 아나?
그런데도 자라나는 세대에게 실리콘, 갈륨아세나이드, 갈륨나이트라이드만 가르치려고?
양자역학, 통계역학도 안 배웠는데 1차원, 2차원, 3차원의 각종 반도체 물질들을 어떻게 이해해? 온갖 종류의 quasi-particle이 고체 내부에 얼마나 많은데.

'Engineering(SoC Design)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PSpice - Spice 소개 및 사용법  (0) 2022.07.09
반도체 != 전전  (0) 2022.06.11
삼성 인재채용 방향성 변경  (0) 2022.06.11
GOS와 Geekbench  (0) 2022.03.06
GiggleHD  (0) 2022.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