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으로 채운 에고 (ego)
흉흉한 소식이 많다. 한창일 나이 2030 세대가 극단적 선택을 많이 한다고 한다. 본인의 책임으로 봐야하는지 사회의 책임이 있는지 논쟁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회생제도부터 시작해서 노가다판까지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포기하면 안된다는 얘기들도 나온다. 우리 윗 세대는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정을 보고 버텨냈다고.
우리 집도 다른 모든 집들과 마찬가지로 어릴 때 외환위기의 타격을 받았었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 세대가 함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나갔는지 기억한다. 어린 나이였지만 TV에서 대기업에서 퇴직하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요리를 배우시는 분이 나왔었다. 그 노력을 하는데도 아내는 못살겠다며 도망갔다는 것 때문에 25년 가까이 뇌리에 남아있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나는 엄청나게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수 많은 우리 부모님 세대 가장들께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지금 2030 세대가 그 때와 대비되어 보이고 그런 조언을 하시는 것도 당연히 이해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MZ가 사회의 흐름을 이길만큼 강할 수 있는 존재인가 싶다. 지금 MZ는 인스타그램 문화와 5년간의 버블 랠리로 자아를 형성한 세대이다. 불변의 가치 종교도 없고 가정도 없고 윤리 체계도 없다. 한국만이 아니다. 전 세계 MZ들이 비슷하다. 그들에게 버블 장의 붕괴는 단순히 자산의 손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의 붕괴를 의미한다. 자산만 손실 되었다면 윗세대의 조언대로 이를 악물고 극복하겠지만, 수 년간 거품 주위에서 형성하고 인스타에서 광범위한 Social Proof로 단단해진 자아가 붕괴된 것은 못견딜 고통일 수 있다. 월 리스가 90만원이나 하는 차를 타고 경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나는 인스타 안한다. 아마 페북이 자동으로 이미지를 공유하는 것 같기는 하는 것 같지만. 그리고 버블팝도 열심히 준비했다. 겨울이 올 것을 예측했고 이전 사업이 버블 없이는 버티기 힘든 사업이라 판단했고 심지어 버블이 꺼진 후 등장할 컬쳐코드도 예측했다. 그럼에도 우리 회사의 깔끔한 사무실과, 최근에 보냈던 인재들과, 작년에 써두었던 거창한 사업계획서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별 수 없었나 싶다.
코로나도, 인스타도, 그리고 자산가치가 영원히 올라 나만 벼락거지가 될 것 같았던 peer pressure도 정도의 차이가 있지 누구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라 본다. 이제라도 그들에게 아니 우리들에게 대한 따끔한 충고를하고 책임을 묻는 것은 아주 필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거기서 더 나아가 다르게 살아보려는 사람들에게는 그 방법과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일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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