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페토에서 일주일간 살아봤습니다.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는데요. 키는 조작하기 어렵고, 사람들은 점프를 하고 다니고, 채팅창은 빠르게 올라갔습니다. 왜 뛰는지, 무슨 대화를 하는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으니 끼어들 틈도 없었습니다. '친구 만들기' 방에 들어가서도 혼자 헤매다 결국 나왔습니다. 가상 현실에서도 소외감을 느끼는 건 한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자정 쯤 '노래방, 마이크 키고 노래 부르세요' 방에 들어갔습니다. 캠핑장을 배경으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 밤 하늘이 별빛과 오로라로 가득 찬 이 곳은 꽤 낭만적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 순서가 되면 마이크를 키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대부분이 10대 친구들이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아이브의 일레븐, 아이유 노래를 부르며 누군가는 춤을 추고 기타를 치며 놀았습니다. 노래의 힘이었을까요? 진짜 캠핑장에 와서 사람들과 두루두루 모여 앉아 즐거운 밤을 보내는 것만 같았습니다.
제가 풀밭에 드러눕자, 누군가 제 옆에 와서 함께 누웠습니다. 아무말 없이 저흰 그렇게 친구가 됐습니다. 대화를 하지 않아도, 제 옆에서 같은 동작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유대감을 느꼈습니다. 서로를 팔로우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노래는 새벽 3시까지 계속 됐고 모르는 이의 흥얼거림에 제 어깨는 들썩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제페토를 천천히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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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제페토에는 사람들의 외로움이 있었습니다. 채팅과 대화, 캐릭터의 몸짓으로 자신을 어필합니다. 마이크 ON 기능으로 실시간 목소리 대화도 가능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제페토를 즐기던 학생 유저의 마이크로 방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어머님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만 좀 해라, 하루종일 방에만 있냐!”
“아 알았다고!!”
방금까지 예쁜 톤으로 이야기하던 8등신 캐릭터의 진짜 목소리가 들리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ㅋㅋㅋ’를 연발하며 ‘전혀 안그럴줄 알았는데 깜놀’이라고 합니다.
코로나는 사람과 일상을 그립게 만들었습니다. 외로움과 그리움이 커진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새로운 세상이 열렸습니다. 소통을 나눠야 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은 OFF하고 새로운 사람과의 관계 ON을 시작하는 건 쉽습니다. 캐릭터가 벗겨지고, 드러낼 아이템은 떨어지고, 늘 새로이 업데이트 되는 언어를 익히지 못하면 흥미를 잃어갈지도 모를 친구들 사이에서, 꾸미고 가려도 지친 하루의 외로움 스민 눈빛을 알아채주는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나는 깊은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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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에서 일주일 살아보니...디지털 라이프, 영속할 수 있을까?https://www.themiilk.com/articles/aa25ea0f9?u=e3c7682f&t=a5b66e27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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