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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한반도

무말랭이 2022. 2. 23. 08:34

1. 푸틴이 머리를 썼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선포한 도네츠크 공화국(DPR), 루간스크 공화국(LPR)을 독립국가로 승인한 후 우크라이나와 두 '국가' 간 분쟁을 막는다는 명분 하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한 것이다. 물론 러시아의 평화유지군은 DPR, LPR의 '영토'에 파견될 것이다. 그러니 러시아의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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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하지만 국제사회는 DPR, LPR을 공인한 바 없고 이들 지역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공화국의 영토에 해당한다. 그러니 국제 기준으로 보자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군대를 진입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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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PR, LPR은 2014년 이후 사실상 거의 완전한 자치권을 행사하며 운영되어 왔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통제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러시아는 이들 두 지역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마디로 DPR, LPR은 러시아의 프록시(대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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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차 대전 이후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무기를 보유한 강대국끼리는 직접 충돌하지 않는다. 대신 충돌은 그들의 프록시를 앞세워 경계선상에 있는 지역에서 벌인다. 전쟁터가 되는 곳은 강대국 영토가 아니라 프록시의 땅이다. 냉전 시기 그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한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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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양극체제가 무너진 21세기 들어서는 '지역맹주'들도 프록시 전쟁을 빈번하게 벌인다. 시아파 맹주 이란과 수니파 맹주 사우디가 예멘 내전에 개입해서 벌이는 전쟁이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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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크라이나 역시 프록시 전쟁터가 되고 있다. 나토 vs 러시아의 오랜 갈등이 우크라이나 내부의 균열선을 타고 새롭게 분출하는 양상이다. 젤린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와 러시아 간 갈등을 자신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했으나, 오히려 두 슈퍼 파워 사이에서 우크라이나가 희생될 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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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한국인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살아야 한다. 통일에 대해 낭만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전쟁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것도 위험하다. 일단 남북 간 전쟁이 벌어진다면 한반도는 또다시 강대국의 프록시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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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북한을 상대로 전쟁을 치른다면 적은 북한군이 아니라 중국 인민해방군이 될 지도 모른다. 중국은 미국의 동맹국이 중국의 접경지역까지 밀고 들어오는 것을 용인하지 않으려 들 것이다. 애초 한국전쟁시 중국의 참전도 비슷한 맥락에서 벌어졌다. 그럴 경우 남북 간 무력충돌은 남한 대 북한의 전쟁을 넘어 미-중 간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한반도는 참혹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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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나는 남과 북이 대등하게 하나로 합쳐서 통일된 국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 건설은 강자가 약자를 통합하는 방식 이외에 성공한 사례가 역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등한 세력 간 합의에 의한 통합은 반드시 내전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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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렇다고 남과 북이 영원히 따로 떨어져서 남남으로 살자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민족주의 때문이 아니라 영토 주권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은 더더욱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남과 북은 미-중의 프록시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100년후 후손에게는 모르겠으나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는 완전히 밑지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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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미 헌법상 선포되어 있는 바 한반도 전체가 영토라는 점을 포기하지 않되, 전쟁이 아닌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우크라이나를 보며 한반도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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