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가능성과 모방 가능성
요즘 투자자들이 컴퍼니 빌딩을 하거나 해외 성공 아이템을 아예 먼저 찍어놓고 실행할 팀을 구하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또 심사역들을 적극적으로 팀에 파견(?) 하는 일들도 많이 하는 것 같다. 어찌 되었건 돌파구를 찾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시장 활력에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도 도움 받았으니.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잘 된 아이템을 찍고 거기에 좋은 인력들을 파견하여 성공을 시킬 수 있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논리와 지식에 기반한 성공일 가능성이 크다. 일종의 반복 가능한 성공 방정식을 알고 있다는 가정을 하는 것이다. 난 이런 성공방정식이 실존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스타트업 씬이 이익을 논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 맞다면 다른 부분도 고려해야한다.
인류가 리셋이 되면 종교는 그 모습이 다 달라지겠지만 과학은 다시 발견(discover)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논리와 지식은 그 보편성 때문에 특정 시간이 지나면 내 것이 아닌게 된다. 즉 내가 성공한 방법을 논리적으로 알고 반복해낼 수 있다면 그건 필연적으로 경쟁자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반대로 우연히 성공을 했다면 이를 베끼거나 따라 잡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 전 쿠팡은 왜 적자를 면하지 못할까 라는 칼럼을 보았다. 매출과 매출원가 분석 위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는 전형적인 전통 중후장대 제조업 기반 사고관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익은 매출과 매출원가 구조와 사실 거의 상관이 없다. 독점력이 더 중요하다. (경제학원론에 나온다!) 아마 매출 비용 구조보다는 5-FORCE 모델을 분석해야 왜 이익을 못 내는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스타트업 씬이 이익을 논하기 시작한다면 독점력이 중요해지고 그렇다면 모방가능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 시장은 시장 규모 대비 투자금이 많은 상황이라 느껴진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결국 성공방정식을 반복하는 접근법은 많은 경쟁사를 탄생시킬 것이고 소모적 경쟁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시장 자체를 같이 키우고 EXIT 사이즈를 만들 수 있는지는 내가 이해하는 수준을 벗어나지만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닌 것 같다.
돌아와서 우리 팀도 "반복 가능한 논리적 성공"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야 되는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깨달은 바는 이런 경우 결국 마케팅 원론에 나오는 고객자산을 "빨리" 쌓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증된 스타트업 씬 고객자산은 ▲네트워크 효과 ▲브랜드 충성도 두 개 밖에 없다. 애플은 최근 각 국 정부들한테 두드려 맞고 있기는 하지만 세계에서 이를 가장 잘 플레이하고 있는 회사다.
우리 교육 업계에서 브랜드 충성도를 갖춘 회사는 내가 보기에는 메가스터디 밖에 없다고 느껴지고 많은 회사들이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IT 기반 네트워크 효과를 완전히 갖춘 회사는 아직 없다. 2010년대 가장 큰 교훈이 있다면 양면 중개 플랫폼은 그 것이 높은 빈도로 새로운 매칭이 필요한 UBER나 데이팅 앱이 아니라면 네트워크 효과가 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쿠팡은 로켓배송 같은 "유틸리티" 만으로 이익을 내기 쉽지 않고 오히려 네트워크가 다면 구조인 무신사나 오늘의 집이 더 빨리 이익에 도달할 것이라 생각한다. 홀릭스도 그런 관점에서 어렵지만 매우 좋은 구조를 시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드와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잡스가 되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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