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프&인사이트/Layer1 관찰&수집

판에 박힌 공허한 선언

무말랭이 2022. 5. 21. 20:53

테크 기반 스타트업들 중 시리즈 A부터 C까지 이 바닥에서 인정 좀 받고 잘나가는 곳들이라고 인정 받은 곳들의 IR자료를 보거나 회사의 비전이나 미래를 물으면 왜 하나 같이 판에 박은 말을 할까? 글로벌 최고의 메타버스 기업, 세계 최고 기술의 AI 회사, 전세계 최고 데이터 사이언스 회사, 글로벌 탑 로봇 기업 등 야심만만하다. 황당할 정도지만 꿈을 크게 꾸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그 꿈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래서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해달라고 하면 메타버스가 뭐고, AI가 뭐고, 데이터사이언스가 뭐고, 로봇이 뭐고 책에 나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다. 블록체인이다 가상화폐다 NFT다 코인이다 이야기해서 사업모델 상세히 이야기해달라고 하면 코인나라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마디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깊은 고민 끝에 나오는 자기만의 생각과 철학 없이 그냥 자기 사업이 있는 산업과 시장에서 핫한 키워드를 말하는거다. 그런 단어들 자체가 비전이자 미래가 될 수 없다. 최소 페이스북 정도는 되어야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페이스북이 ‘메타버스’를 말할 때 그 모습은 구체적이다.

꿈과 미래, 회사의 비전은 창업가가 자신만의 생각과 철학을 담아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때만 가치가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되기 위한 과정이 마일스톤으로 비약 없이 계획되어 있어야만 의미가 생긴다. 데스밸리 넘기고 한창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의 별 고민 없는 판에 막힌듯한 공허한 선언은 이제 그만 듣고 싶다.


'모티프&인사이트 > Layer1 관찰&수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타래 사무실  (0) 2022.05.24
영양제, 녹십자 비맥스  (0) 2022.05.21
뉴스럴  (0) 2022.05.21
고민의 순도차  (0) 2022.05.20
점자 출력 액츄에이터, 닷셀과 닷모듈  (0) 2022.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