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문화현상이다]
작년 연 매출 18억 원 순이익 3억 원을 달성한 취미생활 영역 기업의 대표님이 애송이 VC인 나에게 오셔서 IR 관련 상담을 받으셨다. 투자를 어떻게 하면 받을 수 있고, 본인 회사를 제3자 입장에서 어떻게 보이는지 기업 소개 자료는 이렇게 만드는 게 맞는지 다른 분 소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부분의 투자를 수십억 받은 스타트업들도 순이익 3억 원을 내본 적 한 번도 없는 기업들인데 본인은 투자를 못 받았고 시장이 작지 않냐면서 물어보는 대표님의 마음에서 무언가 ‘스타트업’이라는 것이 가지는 말의 마력을 느꼈다. 이런 알짜 기업을 2년 만에 맨바닥에서 만드신 대표님도 이 ‘스타트업’이라는 문화현상에 빠져들어 어떻게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 IPO를 어떻게 하면 될지를 고민하면서 네트워킹을 위해 한 노력 등을 이야기해 주셨다. 주변에서 보면 투자 안 받고 자기 사업 잘하고 영업이익 내면서 건실하게 가는 기업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런 ‘스타트업 문화현상’에 그런 건실한 재무적으로 성공하고 본인은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는 분들도 물들어간 것 자체가 굉장히 신기했다. 사실 좀 그러지 않을까? 하고는 상상했지만 정말 몰입할 수도 있구나 싶어 굉장히 존경심을 담아 이미 성공하셨는데 굳이 투자가 필요한 거 맞냐고 말씀드렸다.
스타트업들은 유니콘을 만든다는 특명 하의 당연한 사업적 성공(BEP, 질적 성장) 등을 도외시하면서 가장 빠르고 거대하게 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간다. 창업의 꿈을 키우면서 위대한 창업가, EO, 투자자 등 여러 미디어에 노출되는 업계 종사자들의 말을 자양분 삼아 본인이 갈 길을 정하고 본인이 원하는 바를 향해 나간다. 하지만 소수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이 바닥인 만큼 작고 단단하게 기업을 키우면 순이익 3억의 기업을 낼 수 있는 대표님들도 숱하게 회사를 문 닫지 않는가?
그럼에도 스타트업이라는 문화현상 안에서 바닥을 형성하는 VC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나는 이 문화현상에 흠뻑 젖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성향적으로 훨씬 꿈을 크게 갖고, 욕심이 많고, 그걸 위해 노력하고, 안주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굉장히 높은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과 이 미친 풍차를 멈추지 않기 위해 계속 투자하는데 다들 이게 문화 현상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본인이 객관적으로 이걸 원하는지 남한테 괜스레 영향받은 것 아닌지만 고민해 보고 달리면 좋을 것 같다. 매년 3억 원(+월급) 받아 가는 인생도 충분히 멋질 수 있으니깐. 참고로 나는 이미 달리기로 했고 앞으로도 달릴 거니 열차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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