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자본주의

금융과 토스마이너스통장과 고객경험

무말랭이 2022. 7. 19. 21:43

#기록 #토스 #신한은행 #마이너스통장 #고객경험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이후 집주인에게 전세 계약금을 올려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면서 처음으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정규직 전환 시점에서부터 6개월이 지나야 유리한 조건이 나오기 때문에 최초 한도는 4천만원에서 시작했지만, 신한은행에서 현대자동차 임직원 대상 금리 추가 우대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 기준으로는 상당히 유리한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었다.

그 이후 실제로 사용하지 않지만 대출 서류를 오프라인 은행에 방문해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제출해야하는 서류도 많고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에 6개월 이후 한도 상향이 가능한 시점에 최대 한도인 1억까지 한도를 상향해두었고, 그 이후부터는 매월 가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운영했고, 이자 역시 10년간 꼬박꼬박 납입했다.

그런데 문제는 직장을 옮기면서부터 시작됐다.

기본 조건 재확인 시점이 도래하자 어김없이 신한은행에서는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하여 유선전화가 왔고, 직장을 옮긴 사실을 공유하자마자 간단히 처리하고자 했던 상담원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요지는 아래와 같다.

1. 해당 상품은 현행 조건 기준으로는 연장이 불가능하다.
2. 현재 관리점은 안양쪽인데, 관리점 변경 및 신규 상품 등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안양으로 방문하시고,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하셔야 한다. 가까운 곳에서 처리하려면 "직접" 안양점에 전화하셔야 하고, 관리점 이관 처리 절차 등을 안내 받으셔야 한다.
3. 한도는 현재 이직한 직장의 근속이 6개월이 넘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낮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대응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으나, 막상 실제로 경험하니 썩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또한 현대자동차 임직원으로서 제공되던 우대 이율도 예전과는 다르게 그 폭이 점점 줄어들어 실제로 시중 금리와 아주 큰 차이가 없어졌다는 변화가 있었다.

주저없이 가장 가까운 신한은행 영업점에 가서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해지했고, 몇일을 기다렸다. 왜냐? 은행 공동망에서 이런 내용들이 처리되는 것은 시간이 최소한 영업일 기준 2~3일 정도 소요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어느 정도 한도가 나오는지도 궁금하고, 디지털 뱅크로 대출까지 완전 전환해서 오프라인 거점과는 이별을 하고 싶었기에 토스를 통해서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신청하자, 클릭 3번, 별도로 준비할 서류 없음, 대출 한도 승인 1분만에 처리되었다.

지금은 추가 한도가 필요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향후 금리가 인상되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혹시라도 한도가 줄어들 수 있어 일단 최대 한도치를 설정하고 받아두었다.

신한은행은 지금껏 10년동안 나름 신용등급 1등급에 어떻게든 이자를 연체하지 않고 꼬박꼬박 이자를 부담하던 고객을 한순간에 잃었고, 토스뱅크는 앞으로의 새롭게 이자 수익을 올려줄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하게 되었다.

금융은 참 아이러니하다. 리스크 관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전통 은행들의 프로세스가 결코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한, 기본 구조때문에 장기 고객에게 추가적인 베네핏은 사실 설계되기 어렵고, 하지도 않는다. 오직 신용도가 좋고 최소의 리스크를 가지면서 단기 이익을 최대한으로 올려줄 수 있는 고객이 있다면 거기에 모든 자원이 집중된다.

해당 은행과 처음 거래하더라도 자유입출금 통장 평잔 1억원만 입금하시면 그 은행에서 당신은 창구에서 번호표 따위를 뽑을 이유는 없다. 당당히 VIP 창구로 걸어들어가면 된다.

금융의 혁신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참 어렵지만, 10년간 함께한 신한은행 마이너스 통장을 떠나서 새로운 디지털 은행으로 갈아타는 경험을 통해서 기본 리스크 관리 구조를 변화시키기는 어려울지라도 고객의 시간과 불편함에 대해서 대신해서 고민하고 그것을 실체화시켜나가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내가 신규로 합류한 스타트업에서도 모든 구성원들이 주로 얘기하는 것이 고객의 경험과 편의를 어떻게 하면 더욱 편의롭게 제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우리는 금융과는 달라서 충성고객에게 더욱 많은 혜택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나름의 행복한 구조도 가지고 있다.

이런 생활의 경험을 통해 업종은 다르더라도 우리가 실제로 집중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방향성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기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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