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모티프2/단상-짧은생각과 잡담

가족

무말랭이 2022. 2. 21. 12:17

무엇이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가?



23살 때부터 여러 번 창업을 했고 성장도 경험했지만 두 번 실패했으며 네 번째 창업을 진행 중이다. 하루 10-14시간 정도 일하는 게 익숙한 삶을 살았고 내가 그렇게 일하니 팀원들도 불나방처럼 일했다. 그러다 이십대 후반에 다다라서는 몸이 조금씩 망가졌고 28살에 세 번째 사업을 최종적으로 정리, 학업을 수료한 채 미국 실리콘밸리로 향했다. 그렇게 크리에이터가 됐고 기업가정신을 전하는 회사가 되었으며 지난 4년 간 수 많은 한국, 글로벌 혁신가들을 만났다.



한국의 훌륭한 혁신가들과 글로벌 사업을 하는 사람들 간 이야기를 나누며 명확한 차이를 발견했는데(물론 케바케 사바사는 있다) 가장 분명한 것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의 비중이었다. 미국에서는 누구를 만나든 가족에 관한 이야기, 주말에 자녀들과 뭘 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대화 중에 꼭 나왔고 한국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듣기 어려웠다. 실제로 한국에서 남자 창업가는 결혼을 일찍 하거나 늦게 하거나 ‘중간은 없다’는 얘기가 있으며 여성 창업가는 결혼하고 출산 계획 있으면 투자 유치에 안 좋은 영향이 있다고 한다. 사실 이건 미국에서도 그런데 정도의 차이는 있다. 직장인의 경우 미국 직장인이 워라밸이 좋아서 가족 신경쓸 틈이 더 있지 않나 싶지만 매니저 트랙을 밟고 있는 미국 직장인 또는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미국 직장인은 한국 직장인 못지 않게 바쁘고(그래도 좀 덜 바쁘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를 둘셋씩 낳고 그런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지만 실리콘밸리 평균 출산률은 1.9명이고 아마 돈 많이 버는 테크기업 종사자는 2명보다 많지 않을까 싶다.



이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가?



1. 개인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것이 모두에게 얼라인된 문화

: 나도 회사보다 내 가족의 행복이 중요하고 너도 너 가족의 행복이 중요하다.



2. 회사보다 관계가 중요한 실리콘밸리 문화



3. 아이를 내 새끼로 보는 게 아니라 독립적으로 자라야 할 개인으로 보는 육아관(이때부터 기업가정신 교육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4. 치열한 인재 유치 경쟁, 인재가 중요한 기업 환경



등등이 있겠지만



실리콘밸리의 혁신 기업,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하는 기업은 ‘위대한 시장에서의 위대한 미션을 갖고 위대한 혁신’을 꿈꾸기 때문에 경쟁하지 않을 수 있고 차별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무분별한 확장을 하지 않고도 세계 시장에 존재하는 하나의 문제를 깊게 파고들어 것만으로도 수십-수백조의 돈을 벌어들인다. 초장기적으로 계획하고 경영하기 때문에 구성원도 삶을 계획할 수 있고, 창업자조차 힘든 와중에 삶을 계획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고 보조하는 여러가지 문화, 인프라 요소들이 따라 붙는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한 시장에서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영속적으로 번영한다.



우리가 한국에서 꼽는 선진 문화를 가진 유니콘 기업들에서, 우리의 커리어 생태계에서 ‘행복한 개인, 가족의 삶’이라는 담론이 적극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의 노력과 별개로 시장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eo도 그렇다. 우리 회사 사람들 정말 자신의 내적 동기와 회사의 미션에 따라 열심히, 헌신적으로 일한다. 하지만 원하는 삶의 모습 그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삶을 충분히 계획하고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커리어를 쌓아나갈 수 있을까? 여태까진 잘 모르겠고, 앞으로는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세계 시장, 위대한 시장으로 나아갈 것이고 소수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업가 되기’를 온 인류가 할 수 있도록 할 거니까.



그렇다. 어쩌면 다 환경, 시장 때문일 수가 있고 너무 익숙한 나머지 눈치채지 못했던 comfort zone 때문일 수가 있다. 이미 연결되고 탈중앙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 경계 없이 큰 꿈을 꾸는 것은 너무다 당연한 일이다. 오직 그것만이 위대한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며 새로운 시대의 기업가가 기업가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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