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디트 창업 스토리
2018년도 초중반쯤, 제가 스물 네살 때. 저는 4년째 다니던 회사의 정보보안 솔루션 개발 업무에 매너리즘을 크게 느끼고 있었어요.
하는 일이나 성과대비 제가 받는 보상이 터무니 없이 작게 느껴지기도 했었지만 특히 20대 초반의 금쪽같은 시간들을 남의 일 해주는데 쓰고 싶지 않았고, 특정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을 주도적으로 이뤄내고 싶었어요.
머릿속엔 온통 스타트업에 대한 생각 뿐이었죠. 맨땅에 헤딩하듯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들고 PMF(Product Market Fit)를 찾아가는 그런 열정을 불태우고 싶었죠.
그래서 당시 하루 업무가 끝나고 난 후 새벽마다 화생방방호사령부에서 군생활을 하던 황라온과 전화통화를 하며 몇시간이고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토론하곤 했었어요.
중학생 때부터 절친으로 지내며 지켜봐온 라온이에겐 어떤 문제가 나타나면 상상치도 못한 접근방식으로 굉장히 실용적인 솔루션을 도출해내는 놀라운 재능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전역하고 나면 휴대폰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고 말하는 라온이에게 그러지말고 같이 스타트업을 해보자 꼬박 몇개월을 설득한 후에 마음을 돌리게 할 수 있었지요.
시간이 흘러 2018년 9월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스타트업을 하겠다 방향을 바꾸고 전역을 한달 앞둔 황라온 병장과 함께 창원에 내려간적이 있었죠.
거기서 중학교 3학년때 현재의 AWS와 유사한 웹 / 가상서버호스팅 서비스를 공동 창업했던 이재승 대표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스타트업을 할건데, 같이하자”하니, 단칼에 “싫다”란 대답이 돌아왔어요.
이유는 이미 안정적인 벌이가 있고 결혼도 했는데 굳이 큰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단 것이었고 하물며 픽스된 사업 아이템도 없는 상태여서 더더욱 그랬죠.
그래서 설득은 접어두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재미있게 놀며 J커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여러가지 사업 아이템에 대한 의견을 나눴어요. 그렇게 얘기를 하다보니 밤이 되었고, 급기야 늦은시간까지 의견을 나누기 위해 함께 김해에 위치한 찜질방에 가게 됐습니다.
그 찜질방에서, 당시 숙박업을 운영하고 있던 재승 대표는 숙박업 시장에 키오스크와 객실관리시스템이 있는데 기술침투가 되지 않아서 여기에 찬스가 있을거란 얘기를 했어요. 업계 1,2,3위 솔루션들을 모두 써봤는데 아직까지 200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요.
처음에는 그런 생각이었어요. 키오스크와 객실관리시스템은 MVP가 너무 헤비하고 스타트업 아이템으론 적절하지 않아 보였죠.
그래서 그냥 그 얘기를 마음 한켠에 저장 해두고는 서울로 올라왔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황라온 병장은 제대를 했고 저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었죠. 퇴사하며 대표님께서 빌려주신 사무실에서 픽션아리라는 웹 소설 서비스를 함께 만들던 준우님, 누리님, 새로 합류한 라온이와 함께 팀 Pivo.tl(피보탈)을 만들고 컴퍼니 빌딩에 돌입했어요.
그렇게 저는 2018년 10월 와이즈소싱이라는 임시명으로 SI 사업용 개인사업자를 설립했습니다.
그 직후에는 전화 대행 서비스, 온라인 업무 심부름 센터 같은걸 계획하고 마케팅 캠페인으로 뿌려보는 등 몇가지 시도를 했었구요.
그러다 일본의 퇴직대행 서비스가 국내서도 유효할거라는 생각에 퇴직대행 서비스를 기획하기도 했었지만 진행 과정에 충분한 수요 데이터가 발견되지 않아 노무사 중개 플랫폼 쪽으로 피벗하게 됐죠.
그러나 노무사 중개는 노무사가 사업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법률 상 이슈가 있었고 또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저는 중도 하차하게 됩니다.
그 뒤로 몇개 서비스(스마트 팩토리용 MES, 마케팅 솔루션 서비스, 위성통신 기반 선박 항공기 추적 시스템 등등) 기획하고 구현하고 팔아도보고 강의도 뛰고.. 삽질을 꽤나 했답니다.
서비스 혹은 사업 계획이 중간에 고꾸라진다거나, 제대로 돈을 지불하지 않는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를 만나고, 캐시가 마를 때마다 진정으로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포기하고 싶은 심정을 느꼈어요.
그러던 중 직원에게 줄 월급마저 말라버린 상황이었던 2019년 중반 외주를 수소문하다 박건 형님의 소개로 샘랩 주식회사 심세용 대표님을 만나게 됐는데요, 그 덕에 공간샘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터디카페의 단순한 관리자 프로그램 외주건을 맡게 됐답니다.
그때 라온이는 위에서 한번 얘기했던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 제게 이재승 대표를 만나 했던 얘기를 상기시켜 줍니다.
스터디카페도 시공간 분할 판매 사업임에 착안해서 스터디카페 기존 관리자 시스템을 클라우드화하고 키오스크를 자체 개발하는 것을 공동 IP소유 조건으로 제안 해보자구요.
즉 숙박업 자율 운영 시스템의 시초가 될 MVP를 스터디카페 시장에서 구현해보는 일이었지요.
그렇게 사업을 제안 드렸더니 심세용 대표님께서는 “정말 좋아요. 해봅시다.” 하시며 흔쾌히 제안을 받아주셨고 진행 과정의 모든 프로세스를 신뢰 해주신 덕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때마침 인도에 나가 코드브릿지라는 글로벌 IT 아웃소싱 서비스 창업을 했던 동생 이은규가 국내로 리턴하면서 와이즈소싱에 CTO로 합류해 제품 개발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몇 개월이 흘러 2019년 말 스터디카페 시장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스터디카페 운영 관리 및 자동화 시스템 일체를 완성할 수 있었고, 2020년에 공간샘 브랜드는 80개 호점을 돌파하며 빠른 속도로 확장해 나갔어요.
이제 충분한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던 저는 다시 한번 이재승 대표를 만나 공간샘 키오스크, 영업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했던 경험을 전하며 숙박업 B2B 시장에 뛰어들자고 제안했지요.
그렇게 2018년도 10월에 설립했던 와이즈소싱은, 벤디트라는 이름으로 2020년 6월에 다시 출발하게 됩니다.
이재승 대표가 운영하던 숙박업소를 테스트베드 삼아 제품을 개발해 프로토타입이 갖춰졌던 2021년 2월에 법인을 설립했어요.
법인 설립 2개월만인 2021년 4월에 신보로부터 10억을 보증받기도 했구요.
2021년 5월엔 클라우드 기반의 객실관리시스템, 프론트 업무 자동화 키오스크, 숙박업소 매출 향상에 도움을 주는 부킹엔진 세가지 제품을 정식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법인 설립 후 5개월, 제품 런칭 후 2개월 만인 지난 7월 월 매출 1억을 달성하는 등 매월 두배 가까운 매출로 성장중에 있고 더욱 많은 숙박업주들께 편리한 업소 운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습니다.
벤디트는 10년 이상 얼리마켓에서 정체되고 있었던 숙박업 B2B가 이러한 상업 시설 자동화의 물결을 만나 완전히 프론트 데스크 인력의 업무를 대체하고, 캐즘을 넘어 메인스트림 마켓에 진입할 수 있음을 믿고 있어요.
저희에게 적어도 10조 이상의 도전 가능한 시장이 있고 여기서 10퍼센트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죠.
너무 희망적이고 행복하기만 한 얘기들인가요? 물론 이 글은 짧게 쓰느라 너무 많은 고생들과 중간 과정이 생략되었고 주로 좋은 얘기들을 포인트로 서술했어요. 아직 갈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엄청난 강행군이 될 테지요.
하지만 그런 고난들을 거쳐 또 행복하고 재미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생겨날 거예요. 이 과정에서 진정성을 느끼고 벤디트를 알아봐주실 많은 좋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로 매일 매일 버티고, 또 살아남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도와주셨던, 돕고 계신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매일 조금씩 더 성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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