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문장 160

지금

(펌) 인생에 대한 매우 흔한 착각 중 하나에는, 내가 지금 지니고 있는 감각들이 미래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느끼는 것을 나중에도 느낄 거라 믿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나중에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 것. 혹은 지금 내가 가진 욕망이나 열망이 미래에도 그대로 있을 거라 믿거나, 지금 나에게 익숙하거나 능숙한 것이 미래에도 그럴 거라 믿는 것. 그런 믿음은 너무도 당연하게 주어져서,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게 사실 쉽지 않다. 나는 만약 내가 과거에 해냈던 것들을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그 중 상당수는 하지 못할 거라 느낀다. 과거에 썼던 책들이나 소설들을, 그 정도 열정과 의지로, 뚝딱 한권 만들어낼 자신이 그때만큼 없다. 상황이 여러모로 변한 게 한몫하겠지..

여가/문장 2022.04.18